[사회] [뉴스]식당·건설노동자도 ‘개인사업자’로 위장…‘가짜 계약’ 전 업종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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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단톡방 성희롱’ 기자 3인 영구제명
기자명 노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7.09 15:50 수정 2024.07.09 16:35
한국기자협회가 ‘기자 단톡방 성희롱’에 가담한 3인을 영구제명했다.
기자협회는 해당 사건으로 자격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회원 3인에 대해 9일 서면 이사회를 열어 과반 찬성으로 영구제명을 의결했다. 재적이사 69명 중 4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38명이 찬성, 2명이 반대했다. 기자협회 운영규정에 따른 징계는 경고·자격정지·제명 등으로 영구제명 시 협회 재가입이 불가하다.
기자협회 윤리위원회는 징계와 별개로 각 언론사가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협회보에 따르면 윤리위는 9일 입장문에서 “해당 회원이 소속된 언론사 역시 관리 소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해당 사들은 성인지 교육 강화와 성희롱·성차별적 언행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 시스템 마련 등 실효성 있는 조치들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또한 “2017년 이후 기자 사회에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계의 전체적인 자성도 뒤따라야 한다”면서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이 같은 폭력은 언제든 자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달 27일~2일에 걸쳐 서울신문, 뉴스핌, 이데일리 소속의 대통령실·국회 출입 기자들이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에서 동료 언론인과 여성 정치인 등 최소 9명 이상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기자협회가 여성 회원 대상으로 주최하는 풋살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성희롱도 확인되면서 대회에 참가한 29개팀 340명이 가담자들 공개 사과와 사측의 징계, 협회 차원의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후 서울신문은 지난달 28일, 뉴스핌은 지난 2일 각 기자에 대한 해고를 결정했다. 이데일리는 5일 해당 기자에 대한 정직 6개월을 의결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48436.html
식당·건설노동자도 ‘개인사업자’로 위장…‘가짜 계약’ 전 업종 만연
수정 2024-07-09 22:08 등록 2024-07-09 20:44
가짜 3.3%계약 실태조사 토론회
사업주가 퇴직금·4대보험료 사업주 부담분 회피 목적으로 노동자를 개인사업자인 것처럼 위장하는 ‘가짜 3.3%’ 계약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 대신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이런 계약 때문에 노동자로 일하면서도 퇴직금·실업급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국회에서 ‘권리찾기유니온’ 주최로 열린 ‘가짜 3.3% 계약과 4대보험 미가입 실태분석 및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는 지난해 서울 노원구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5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들 가운데 근로소득세를 납부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69%였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20.3%였다. 고용 형태별로는, 정규직의 경우 근로소득세 방식이 92.3%를 차지했으나, 비정규직은 사업소득세 방식 계약이 30.1%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교육서비스업(42%), 숙박·음식점업(27%)은 물론 건설·제조업(24%)에서도 사업소득세 납부자가 상당했다.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가짜 3.3% 계약’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근로소득자가 사업소득자로 ‘위장’될 경우 가장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는 사회보험 미가입이 꼽힌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에서 4대보험 미가입 노동자 1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계약서 작성 방식을 파악해보니, 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았거나(29.9%), 용역·도급·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사례(36.5%) 다음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3.3%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22.6%였다. 더욱이 이들 모두 구직 과정에서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계약서 작성 때나 노동조건 협의 때 알게 된 경우가 27.7%로 가장 많았고, ‘면접 때’(19.7%), ‘일하다가’(13.9%), ‘퇴직 이후’(4.4%) 등이 뒤를 이었다.
토론회에서는 ‘가짜 3.3%’ 계약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영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은 ‘가짜 3.3%’ 계약에 대해 “사회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탈법이자 (근로소득세를 사업소득세로 위장하는) 탈세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근로감독을 통해 위법·탈법 계약이 뿌리 뽑히도록 해야 하고 국세청이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 절차를 개선해 탈세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책에 대한 유관기관의 입장은 갈렸다. 고용·산재보험료를 징수하는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사업주를 면담해보면 근로소득으로 신고하지 않는 이유 1위는 ‘절세’였다”며 “국세청이 (사업소득으로의 위장 신고를 막을)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짜 3.3% 문제는 소득세 등 탈세 목적보다는 근로기준법과 4대보험료 회피 목적이 더 크다”며 “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mail protected]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8336.html
내 옆의 그 사람도 병원서 묶여 죽었다
수정 2024-07-09 18:09 등록 2024-07-09 14:17
[2024 인권운동 최전선 12]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
그날, 물속 깊숙이 가라앉던 느낌을 잊지 못한다. 세상의 끝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생의 마지막이 될 것 같던 그 찰나에 누군가가 날쌔게 다가와 몸을 잡아채지 않았다면, 오늘 따위는 없었다. 눈을 떠보니 뭍이었다. 살았다.
한남대교 인근 선착장에서 안경과 신발을 벗어두고 강물에 뛰어든 것은 2008년 6월20일 자정의 일이었다. 낮에는 자취방에 있던 책을 모두 꺼내 골목에 쌓아놓은 터였다. 나름 삶을 정리하는 수순이었다. 조현병이 급성기로 치닫고 있었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때 누군가가 ‘슈퍼맨’처럼 뒤따라 강물에 뛰어들어 구조해준 셈이다.
119로 인계돼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슈퍼맨’의 정체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남자라고만 했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자취방에서부터 줄곧 지켜보다가 한남대교까지 따라온 것 같았다. 3년여간 ‘슈퍼맨’을 원망하며 지냈다. ‘도대체 왜 건져냈지? 내 인생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라고 말이다.
도대체 날 왜 건져냈지?
운명이었다, 고 생각한다. 그날 이후 살아서 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바로 정신장애인 인권운동이다. 구조된 직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었지만, 그즈음부터 비슷한 처지에 있던 이들과 ‘파란 마음 하얀 마음’(다음)이라는 채팅방에서 소통하게 됐다. 1년 뒤부터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온라인 카페도 만들었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의 씨앗은 그때 뿌려졌다.
‘2024 인권운동 최전선’의 12번째 주인공은 정신장애인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파도손’의 이정하(53) 대표다. ‘파도손’은 ‘마음이 파도칠 때 서로 잡는 손’이라는 의미로 정신장애인 당사자 400여명이 회원으로 모인 비영리법인의 이름이다.
이 대표와 만남은 필연이었다. 최근 한겨레가 보도한 춘천ㅇ병원 격리·강박 중 사망사건 취재 과정에서 조언 요청을 위해 소개받은 이 분야 전문가 목록에 이 대표가 있었다. 2000년부터 조현병으로 12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그중 8회가 강제입원이었다고 했다. 격리·강박도 여러 차례 당했다. 오랫동안 정신장애를 앓아온 당사자로서,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운동 대열의 맨 앞줄에 서 있었다.
마음이 파도칠 때 내미는 손
춘천ㅇ병원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치료를 통해 정신장애인을 구조해야 할 정신병원에서는 너무나 쉽게 환자를 가두고 묶으며, 죽어 나가도 책임지지 않는다. 한국의 정신병원은 이 대표를 한강에서 구한 ‘슈퍼맨’ 같은 존재로 평가받지는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 ‘급성’ 위기에 처한 동료들을 돕기 위해 정신장애인들끼리 손을 내미는 ‘파도손’은 서로가 서로를 구출하는 ‘작은 슈퍼맨’들의 연대체인 지도 모른다.
6월10일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골목 한가운데 위치한 ‘파도손’ 사무실에서 이정하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외장 하드에 담아온 춘천ㅇ병원 격리·강박실의 시시티브이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서 춘천ㅇ병원에 응급입원됐던 김형진(가명·45)씨는 신음하고 절규하고 호소하다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세상에…”를 연발하던 이 대표는 춘천ㅇ병원 격리·강박실 사망사고에 대한 의견과 함께 대한민국 정신장애인들이 맞서고 있는 현실의 파도에 관해 말했다. 본인이 맞서 부딪치고 깨지며 이겨냈던 무시무시한 파도에 관해 말했다. 조현병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현직 화가로서, 그 파도가 선물한 예술의 세계에 관해서도 말했다. 다음은 대면 인터뷰와 전화로 이어진 일문일답.
2000년 첫 강제입원…항의하면 묶여
― 시시티브이를 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건 고문이고 살인이에요. 영상 속에서는 계속 5포인트 강박을 하는데, 요즘은 5포인트 강박 잘 안 하는 걸로 알아요. 묶여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수치스럽고 비참하다는 걸, 묶여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사실 강박 당하면 한두 시간도 견디기 힘들어요. 간지러운데 긁을 수도 없고, 또 피가 떡처럼 된다고 하거든요. 혈액이 응고되는 거죠. 피가 안 통하니까 온몸의 근육이 굳는 느낌이 들어요.
범죄자한테도 이렇게 안 하잖아요. 감옥에서 수감자가 강박 당해서 사망한 적 있나요? 여기는 치료를 하는 병원이지 처벌기관이 아니라고요. ‘액팅 아웃’(충동적 폭력 행위)한다고 격리·강박한다는데, 그건 변명과 핑계인 경우가 많아요. 그저 진압하기 위한 거죠. 치료행위가 아닙니다. 한겨레가 보도했지만, 광주 천주의성요한병원엔 아예 강박하는 끈이 없잖아요. 격리·강박 안 하고 진정시키는 게 의료진 실력이에요.”
― 정신병원에 여러 번 갇혀 묶였다고 들었어요.
“2000년 10월 처음 강제입원되었어요.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닐 때였는데, 어머니가 어느 날 제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놀라 대학병원 정신과로 데려갔어요. 그곳에서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진정이 되지 않아 바로 강제입원됐고요. 그때 처음 항의하다가 묶였어요. 얌전해지면 풀어줬는데, 큰 소리를 내면 또 묶였어요. 그 이후 다른 병원에 또 강제입원이 되었는데 의사는 ‘평생 병원에 입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회복 가능성은 5%’라고 얘기했어요.
그 뒤 2001년에 두 번, 2008년, 2009년, 2010년, 2012년, 2014년에 한 번씩 강제입원됐어요. 갈 때마다 3개월 이상 있지 않았지만, 강제입원 과정이 굉장히 폭력적이었어요. 당시는 강제입원이 전체 입원 비율의 90%를 넘을 때예요. 저도 그랬지만, 대부분 가족의 동의를 얻어 보호입원(비자의 입원) 형태로 들어갔어요. 지금은 법이 개정되고 절차가 까다로워져서 강제입원이 35% 정도로 줄었어요. 선진국은 전체 환자 중 강제입원 비율이 5%에 불과한 것으로 알아요.”
그곳은 정신병원 아닌 포로수용소였다
― 춘천ㅇ병원 병원장과 의사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어요.
“병원장이 책임자이고 처벌받아야 하는데, 간호사만 검찰에 송치돼 벌금형 처분받은 건 이상해요. 병원이 지역 안에서 카르텔이 있지 않은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병원장을 구속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병원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이 또 있을 거예요.
저도 병원에서 사망 직전 실려 나가는 환자를 봤어요. 2010년에 강제입원됐던 의정부의 한 정신병원이었어요. 그곳은 병원이라기보다 전쟁포로 수용소에 가까웠어요. 한 병실에 매트리스 깔아놓고 10명이 있었는데 간격도 너무 좁았어요. 그때 저랑 격리실에 함께 들어간 여성 환자가 있었어요. 격리실은 독방도 아니고 3명씩 들어갔어요. 이틀간 침대에 묶였는데 바로 제 옆에서 묶였던 환자가 몸이 시퍼렇게 돼서 나갔어요. 나중에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병원에선 늘 의료진들 고함이 터져 나왔어요. 환자는 많은데 간호사는 2명뿐이었거든요. 환자들이 잘 통제되지 않으니 보호사들도 마구 소리를 질러댔어요. 대학병원은 의료진이 많고 또 실제로 오랫동안 입원하는 곳도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치료환경이 좋다고 해요. 작은 민간병원들은 인권상황이 너무 안 좋아요.”
“강박 풀어줘라” 환자들의 항의
― 8차례나 입원하셨으면 정신병원의 다양한 환경을 목격하셨겠네요.
“2014년 의정부의 다른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는데, 그나마 여기가 나았어요. 강박했지만, 시간을 딱딱 지켰어요. 환자가 묶이면 다른 환자들이 시간을 보고 ‘두 시간 됐으니 풀어줘라, 안 그러면 인권위에 신고하겠다’면서 큰소리로 항의하곤 했어요. 그곳은 공공병원이었고, 또 의식 있는 환자들이 많았어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게끔 감시를 한 거죠. 민간병원에서 이렇게 하는 건 드물거든요. 또한 의료진과 환자가 합동해서 발작하는 환자를 진정시키기도 했어요. 2008년의 일이에요. 액팅 아웃을 하는 환자들도 이야기 들어주면 진정되거든요. 묶어버리고 주사 놓은 건 가장 간편한 방법이에요. 강박은 마지막 순간까지 안 될 경우 하는 거죠.”
격리·강박은 아예 법으로 금지해야
― 오래전부터 격리·강박 문제의 부당성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아요.
“격리·강박은 강제입원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입니다. 강제입원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죠. 격리·강박 사망사고 날 때마다 기자회견을 했고요. 10년 전엔 정신장애인들이 격리·강박 당하는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유엔에 보낸 적도 있어요. 보건복지부 지침으로는 1회 최대 격리 12시간, 강박 4시간 이하로 해야 하는 건데, 사실 격리·강박 자체를 법으로 아예 금지해야 해요. 어떤 식으로든 허용하니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거고요. 유엔에서도 다 금지하고 있어요. 이렇게 계속 격리·강박을 한다면,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이나 위헌소송을 해야 합니다.”
― 파도손은 어떤 일을 하나요?
“2013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중간에 와해됐다가 2017년에 재창립했어요. 정신장애인 당사자 회원이 400여명입니다. 당사자 중심의 입법활동과 함께,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를 교육하고 양성합니다. 또한 보건복지부 위탁을 받아 ‘절차조력 지원사업’을 하고요. ‘동료지원가’란 지역사회에 고립돼 있거나 서비스가 필요한 당사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고, ‘절차조력 지원사업’이란 병원에 있는 비자의 입원 환자의 의사 표현과 결정을 돕는 서비스입니다. 더불어 정신장애인 예술가를 발굴해서 전시회도 하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 특히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다양한 경험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2014년, 암흑이 찾아왔다
‘파도손’은 2014년 암흑과도 같은 비극적인 시련을 겪은 적이 있다. 그해 1월14일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 나선 뒤였다. 정신보건법 제24조를 겨냥한 ‘강제입원 폐지 헌법소원 청구’는 정신장애인들로서는 최초의 정치적 투쟁이었고, 처음으로 오프라인상에서 얼굴을 드러낸 활동이었다. 2013년 임의단체로 시작했던 파도손은 파도손문화예술협동조합의 형태로 ‘정신보건법 바로잡기 공동대책위’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정신장애인 인권운동의 궤도에 들어선 참이었다.
강제입원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헌법소원 청구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엄청난 반격을 감내해야 했다. 개개인이 악플과 인신공격에 노출돼야 했다. 이 과정에서 파도손의 초기 멤버 5명 중 1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1명은 연락이 두절됐으며, 이 대표를 포함한 3명은 모두 강제입원되는 일을 겪었다. 이 대표는 동료의 죽음과 개인적 불운이 중첩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응급입원 조처됐다. 한국의 인권운동에서 ‘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신장애인운동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정하 대표는 2016년 파도손을 부활시켰다. 그 해 5월29일 구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으로 전부개정됐고 이듬해인 2017년 5월30일 시행됐다. ‘보호자 2명의 동의, 전문의 1명의 판단’으로만 가능하던 강제입원 절차는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2명의 판단’으로 완화됐지만, 이 대표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다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4년 헌법소원 청구로 구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결과였다. 몸을 추슬러 동료들을 다시 모았다. 창립멤버들은 여전히 연락 두절 상태였다. 파도손 시즌2가 시작되었다.
지게차와 오토바이가 분주히 오가는 좁디좁은 인쇄 골목 한가운데 있는 4층짜리 빌딩의 3개 층을 점유한 파도손 사무실엔 10여명의 활동가가 북적거린다.
급성 환자 치료 잘 받고, 만성 환자는 지역으로
―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급성질환자가 정신병원에서 치료 잘 받고 나오도록 치료환경을 개혁해야 합니다. 만성환자가 병원에 오래 있을 필요 없어요. 만성환자는 병원에서 나와 지역에서 살아가도록 지역사회 내 일자리와 자립 환경을 마련해줘야 해요. 우리 사회는 중증정신장애인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이런 분들도 살아갈 수 있게 주거지원을 해준다거나 동료상담이나 외래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작동해야겠죠. 가장 부족한 건 인적 서비스입니다. 신체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도 받잖아요. 정신장애인들은 이런 부분이 너무 부족해요.”
― 파도손에선 회원들이 강제입원되는 일이 없도록 돕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게 바로 위기지원 서비스예요. 급성기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 상황이 되기 전 민원 같은 시그널이 생기죠. 지역사회 안에서 소란이 일어나거든요. 저희는 누가 위기가 왔다거나 잠도 못 자고 갑자기 평소에 하지 않던 연락을 하면 네트워크 안에서 대처를 합니다. 응급 상황에서 강제로 입원하지 않고 자의로 입원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응급 상황이라 하더라도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전문가가 투입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 체계가 지역사회에도 필요해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2026년부터 시행
― 정신장애인들은 어떻게 목소리를 내나요?
“지하철 승강장을 점거하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처럼은 못해요. 다들 멘탈이 약해서 자극적 환경에 노출되는 게 위험해요. 정부 당국과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려 하지요. 그래도 입법이 필요하다거나 할 때는 국회 앞에서 성명서도 읽고 1인 시위도 해요. 정신장애인은 장애인이면서 환자예요. 고정된 장애가 아니다 보니, 경증과 중증을 오가는 출렁임이 심하단 말이에요. 그런 점을 감안해 정신장애인의 특수성에 맞는 투쟁의 형식을 갖출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목소리를 낸 성과가 있었어요. 지난해 12월8일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됐어요. 절차 조력인 제도와 정신장애인 동료 지원가 양성 및 지원 조항, 동료 지원 쉼터 설치 및 지원 조항이 들어갔어요. 다만 2년간 유예돼 2026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정신병원 강제입원 고민하는 이들에게
― 가족을 정신병원에 보내야 하나 고민하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강제입원은 가족 모두에게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강제입원이 고민되는 상황이 생기면 먼저 지역사회 자원을 알아보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당사자를 도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거죠. 가령 정신건강복지센터, 응급위기센터, 당사자 단체가 지역 내에 있는지 알아보고 서비스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 가족 내에서 강제입원을 한 번 시키고 나면 그 후유증이 오래가거든요.“
― 본인은 화가로 활동하면서 또 화가를 양성하고 계십니다.
“사람들이 조현병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세요. 조현병을 진짜 모르면서 함부로 얘기해요. 제가 겪었던 조현병은 대단히 독특한 의식의 경험이었어요. 그 경험을 예술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환청은 굉장히 강렬해요. 조현증을 겪으면서 다양한 환청과 환각 경험을 했어요. 우리가 3차원 세계에 있다면, 그 경험은 4차원보다 더 광활합니다. 시공간도 해체됩니다. 고흐, 까미유 끌로델, 프리다 칼로 같은 이들도 정신질환 중환자들이었어요. 이 세계와 나와의 관계를 예술로 승화시키거든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강점을 가지고 활동할 기회가 필요해요. 문화예술 활동은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고요. 공공에서 그런 지원을 해준다면 당사자의 삶엔 새로운 기회가 될 겁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는 제발 그만“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인들이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 대해 말했다. “가족 2명의 사인 아래 이뤄지는 ‘보호자 동의 입원’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 시스템으로 비자의 입원을 책임져야지, 가족의 동의 아래 민간병원으로 보내면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 “내 가족과 이웃 중에 마음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라”며 격리·강박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고혈압 환자가 살인사건을 냈다고 질병을 범죄의 원인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며 조현병 환자의 범죄사건이 터질 때마다 강제입원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현상도 경계했다. 한국사회에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신장애인을 제발 그만 혐오하라”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차별이 심한 대상, 그래서 숨어 살아야 하는 존재가 정신장애인이라고 했다.
2008년 물에 빠졌으나 기적처럼 살아남았던 이정하 대표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준 그 정체불명의 ‘슈퍼맨’을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살 수 없고, 함부로 몹쓸 짓을 도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감금되고 묶이고, 세상에서 고립된 정신장애인들을 구출해 줄 수는 없다. 이 대표는 오늘도 묵묵히 제도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할 뿐이다.
후원 국민은행 003137-04-003844 사단법인 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
고경태 기자 [email protected]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48468.html
삼성전자노조, 2차 무기한 총파업 선언
수정 2024-07-10 11:50 등록 2024-07-10 09:44
10일로 총파업 사흘째를 맞이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추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총파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회사의 대화 의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삼노는 이날 오전 누리집을 통해 “1차 총파업 이후에도 사쪽의 대화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여 2차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사쪽은 대화를 하지 않고 부서장들을 앞장세워 파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법적인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써서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전삼노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전삼노는 생산 차질이 있다고 보고, 교섭력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무기한 파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는 “우리는 분명한 라인의 생산 차질을 확인했고, 회사는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파업이 길어질수록 사쪽은 피가 마를 것이며 결국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전삼노는 회사에 △전 조합원 노조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임금 3.5% 인상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로 내세웠지만, 파업 돌입 이후 공식적인 노사교섭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회사쪽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발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없도록 할 예정”이라며 “노조와의 대화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전삼노에 따르면 1차 총파업에는 조합원 6540명이 참가했고, 직군별로는 설비·제조·개발공정에서 5211명, 사업장별로는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화성·평택사업장에서 4477명이 참가했다. 지난 8일 조합원 4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파업 결의대회를 열었고, 지난 9일과 이날까지 조합원 대상 교육을 벌이고 있다.
김해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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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단톡방 성희롱’ 기자 3인 영구제명
기자명 노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7.09 15:50 수정 2024.07.09 16:35
한국기자협회가 ‘기자 단톡방 성희롱’에 가담한 3인을 영구제명했다.
기자협회는 해당 사건으로 자격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회원 3인에 대해 9일 서면 이사회를 열어 과반 찬성으로 영구제명을 의결했다. 재적이사 69명 중 4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38명이 찬성, 2명이 반대했다. 기자협회 운영규정에 따른 징계는 경고·자격정지·제명 등으로 영구제명 시 협회 재가입이 불가하다.
기자협회 윤리위원회는 징계와 별개로 각 언론사가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협회보에 따르면 윤리위는 9일 입장문에서 “해당 회원이 소속된 언론사 역시 관리 소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해당 사들은 성인지 교육 강화와 성희롱·성차별적 언행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 시스템 마련 등 실효성 있는 조치들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또한 “2017년 이후 기자 사회에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계의 전체적인 자성도 뒤따라야 한다”면서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이 같은 폭력은 언제든 자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달 27일~2일에 걸쳐 서울신문, 뉴스핌, 이데일리 소속의 대통령실·국회 출입 기자들이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에서 동료 언론인과 여성 정치인 등 최소 9명 이상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기자협회가 여성 회원 대상으로 주최하는 풋살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성희롱도 확인되면서 대회에 참가한 29개팀 340명이 가담자들 공개 사과와 사측의 징계, 협회 차원의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후 서울신문은 지난달 28일, 뉴스핌은 지난 2일 각 기자에 대한 해고를 결정했다. 이데일리는 5일 해당 기자에 대한 정직 6개월을 의결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48436.html
식당·건설노동자도 ‘개인사업자’로 위장…‘가짜 계약’ 전 업종 만연
수정 2024-07-09 22:08 등록 2024-07-09 20:44
가짜 3.3%계약 실태조사 토론회
사업주가 퇴직금·4대보험료 사업주 부담분 회피 목적으로 노동자를 개인사업자인 것처럼 위장하는 ‘가짜 3.3%’ 계약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 대신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이런 계약 때문에 노동자로 일하면서도 퇴직금·실업급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국회에서 ‘권리찾기유니온’ 주최로 열린 ‘가짜 3.3% 계약과 4대보험 미가입 실태분석 및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는 지난해 서울 노원구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5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들 가운데 근로소득세를 납부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69%였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20.3%였다. 고용 형태별로는, 정규직의 경우 근로소득세 방식이 92.3%를 차지했으나, 비정규직은 사업소득세 방식 계약이 30.1%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교육서비스업(42%), 숙박·음식점업(27%)은 물론 건설·제조업(24%)에서도 사업소득세 납부자가 상당했다.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가짜 3.3% 계약’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근로소득자가 사업소득자로 ‘위장’될 경우 가장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는 사회보험 미가입이 꼽힌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에서 4대보험 미가입 노동자 1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계약서 작성 방식을 파악해보니, 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았거나(29.9%), 용역·도급·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사례(36.5%) 다음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3.3%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22.6%였다. 더욱이 이들 모두 구직 과정에서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계약서 작성 때나 노동조건 협의 때 알게 된 경우가 27.7%로 가장 많았고, ‘면접 때’(19.7%), ‘일하다가’(13.9%), ‘퇴직 이후’(4.4%) 등이 뒤를 이었다.
토론회에서는 ‘가짜 3.3%’ 계약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영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은 ‘가짜 3.3%’ 계약에 대해 “사회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탈법이자 (근로소득세를 사업소득세로 위장하는) 탈세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근로감독을 통해 위법·탈법 계약이 뿌리 뽑히도록 해야 하고 국세청이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 절차를 개선해 탈세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책에 대한 유관기관의 입장은 갈렸다. 고용·산재보험료를 징수하는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사업주를 면담해보면 근로소득으로 신고하지 않는 이유 1위는 ‘절세’였다”며 “국세청이 (사업소득으로의 위장 신고를 막을)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짜 3.3% 문제는 소득세 등 탈세 목적보다는 근로기준법과 4대보험료 회피 목적이 더 크다”며 “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mail protected]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8336.html
내 옆의 그 사람도 병원서 묶여 죽었다
수정 2024-07-09 18:09 등록 2024-07-09 14:17
[2024 인권운동 최전선 12]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
그날, 물속 깊숙이 가라앉던 느낌을 잊지 못한다. 세상의 끝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생의 마지막이 될 것 같던 그 찰나에 누군가가 날쌔게 다가와 몸을 잡아채지 않았다면, 오늘 따위는 없었다. 눈을 떠보니 뭍이었다. 살았다.
한남대교 인근 선착장에서 안경과 신발을 벗어두고 강물에 뛰어든 것은 2008년 6월20일 자정의 일이었다. 낮에는 자취방에 있던 책을 모두 꺼내 골목에 쌓아놓은 터였다. 나름 삶을 정리하는 수순이었다. 조현병이 급성기로 치닫고 있었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때 누군가가 ‘슈퍼맨’처럼 뒤따라 강물에 뛰어들어 구조해준 셈이다.
119로 인계돼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슈퍼맨’의 정체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남자라고만 했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자취방에서부터 줄곧 지켜보다가 한남대교까지 따라온 것 같았다. 3년여간 ‘슈퍼맨’을 원망하며 지냈다. ‘도대체 왜 건져냈지? 내 인생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라고 말이다.
도대체 날 왜 건져냈지?
운명이었다, 고 생각한다. 그날 이후 살아서 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바로 정신장애인 인권운동이다. 구조된 직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었지만, 그즈음부터 비슷한 처지에 있던 이들과 ‘파란 마음 하얀 마음’(다음)이라는 채팅방에서 소통하게 됐다. 1년 뒤부터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온라인 카페도 만들었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의 씨앗은 그때 뿌려졌다.
‘2024 인권운동 최전선’의 12번째 주인공은 정신장애인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파도손’의 이정하(53) 대표다. ‘파도손’은 ‘마음이 파도칠 때 서로 잡는 손’이라는 의미로 정신장애인 당사자 400여명이 회원으로 모인 비영리법인의 이름이다.
이 대표와 만남은 필연이었다. 최근 한겨레가 보도한 춘천ㅇ병원 격리·강박 중 사망사건 취재 과정에서 조언 요청을 위해 소개받은 이 분야 전문가 목록에 이 대표가 있었다. 2000년부터 조현병으로 12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그중 8회가 강제입원이었다고 했다. 격리·강박도 여러 차례 당했다. 오랫동안 정신장애를 앓아온 당사자로서,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운동 대열의 맨 앞줄에 서 있었다.
마음이 파도칠 때 내미는 손
춘천ㅇ병원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치료를 통해 정신장애인을 구조해야 할 정신병원에서는 너무나 쉽게 환자를 가두고 묶으며, 죽어 나가도 책임지지 않는다. 한국의 정신병원은 이 대표를 한강에서 구한 ‘슈퍼맨’ 같은 존재로 평가받지는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 ‘급성’ 위기에 처한 동료들을 돕기 위해 정신장애인들끼리 손을 내미는 ‘파도손’은 서로가 서로를 구출하는 ‘작은 슈퍼맨’들의 연대체인 지도 모른다.
6월10일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골목 한가운데 위치한 ‘파도손’ 사무실에서 이정하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외장 하드에 담아온 춘천ㅇ병원 격리·강박실의 시시티브이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서 춘천ㅇ병원에 응급입원됐던 김형진(가명·45)씨는 신음하고 절규하고 호소하다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세상에…”를 연발하던 이 대표는 춘천ㅇ병원 격리·강박실 사망사고에 대한 의견과 함께 대한민국 정신장애인들이 맞서고 있는 현실의 파도에 관해 말했다. 본인이 맞서 부딪치고 깨지며 이겨냈던 무시무시한 파도에 관해 말했다. 조현병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현직 화가로서, 그 파도가 선물한 예술의 세계에 관해서도 말했다. 다음은 대면 인터뷰와 전화로 이어진 일문일답.
2000년 첫 강제입원…항의하면 묶여
― 시시티브이를 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건 고문이고 살인이에요. 영상 속에서는 계속 5포인트 강박을 하는데, 요즘은 5포인트 강박 잘 안 하는 걸로 알아요. 묶여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수치스럽고 비참하다는 걸, 묶여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사실 강박 당하면 한두 시간도 견디기 힘들어요. 간지러운데 긁을 수도 없고, 또 피가 떡처럼 된다고 하거든요. 혈액이 응고되는 거죠. 피가 안 통하니까 온몸의 근육이 굳는 느낌이 들어요.
범죄자한테도 이렇게 안 하잖아요. 감옥에서 수감자가 강박 당해서 사망한 적 있나요? 여기는 치료를 하는 병원이지 처벌기관이 아니라고요. ‘액팅 아웃’(충동적 폭력 행위)한다고 격리·강박한다는데, 그건 변명과 핑계인 경우가 많아요. 그저 진압하기 위한 거죠. 치료행위가 아닙니다. 한겨레가 보도했지만, 광주 천주의성요한병원엔 아예 강박하는 끈이 없잖아요. 격리·강박 안 하고 진정시키는 게 의료진 실력이에요.”
― 정신병원에 여러 번 갇혀 묶였다고 들었어요.
“2000년 10월 처음 강제입원되었어요.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닐 때였는데, 어머니가 어느 날 제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놀라 대학병원 정신과로 데려갔어요. 그곳에서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진정이 되지 않아 바로 강제입원됐고요. 그때 처음 항의하다가 묶였어요. 얌전해지면 풀어줬는데, 큰 소리를 내면 또 묶였어요. 그 이후 다른 병원에 또 강제입원이 되었는데 의사는 ‘평생 병원에 입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회복 가능성은 5%’라고 얘기했어요.
그 뒤 2001년에 두 번, 2008년, 2009년, 2010년, 2012년, 2014년에 한 번씩 강제입원됐어요. 갈 때마다 3개월 이상 있지 않았지만, 강제입원 과정이 굉장히 폭력적이었어요. 당시는 강제입원이 전체 입원 비율의 90%를 넘을 때예요. 저도 그랬지만, 대부분 가족의 동의를 얻어 보호입원(비자의 입원) 형태로 들어갔어요. 지금은 법이 개정되고 절차가 까다로워져서 강제입원이 35% 정도로 줄었어요. 선진국은 전체 환자 중 강제입원 비율이 5%에 불과한 것으로 알아요.”
그곳은 정신병원 아닌 포로수용소였다
― 춘천ㅇ병원 병원장과 의사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어요.
“병원장이 책임자이고 처벌받아야 하는데, 간호사만 검찰에 송치돼 벌금형 처분받은 건 이상해요. 병원이 지역 안에서 카르텔이 있지 않은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병원장을 구속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병원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이 또 있을 거예요.
저도 병원에서 사망 직전 실려 나가는 환자를 봤어요. 2010년에 강제입원됐던 의정부의 한 정신병원이었어요. 그곳은 병원이라기보다 전쟁포로 수용소에 가까웠어요. 한 병실에 매트리스 깔아놓고 10명이 있었는데 간격도 너무 좁았어요. 그때 저랑 격리실에 함께 들어간 여성 환자가 있었어요. 격리실은 독방도 아니고 3명씩 들어갔어요. 이틀간 침대에 묶였는데 바로 제 옆에서 묶였던 환자가 몸이 시퍼렇게 돼서 나갔어요. 나중에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병원에선 늘 의료진들 고함이 터져 나왔어요. 환자는 많은데 간호사는 2명뿐이었거든요. 환자들이 잘 통제되지 않으니 보호사들도 마구 소리를 질러댔어요. 대학병원은 의료진이 많고 또 실제로 오랫동안 입원하는 곳도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치료환경이 좋다고 해요. 작은 민간병원들은 인권상황이 너무 안 좋아요.”
“강박 풀어줘라” 환자들의 항의
― 8차례나 입원하셨으면 정신병원의 다양한 환경을 목격하셨겠네요.
“2014년 의정부의 다른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는데, 그나마 여기가 나았어요. 강박했지만, 시간을 딱딱 지켰어요. 환자가 묶이면 다른 환자들이 시간을 보고 ‘두 시간 됐으니 풀어줘라, 안 그러면 인권위에 신고하겠다’면서 큰소리로 항의하곤 했어요. 그곳은 공공병원이었고, 또 의식 있는 환자들이 많았어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게끔 감시를 한 거죠. 민간병원에서 이렇게 하는 건 드물거든요. 또한 의료진과 환자가 합동해서 발작하는 환자를 진정시키기도 했어요. 2008년의 일이에요. 액팅 아웃을 하는 환자들도 이야기 들어주면 진정되거든요. 묶어버리고 주사 놓은 건 가장 간편한 방법이에요. 강박은 마지막 순간까지 안 될 경우 하는 거죠.”
격리·강박은 아예 법으로 금지해야
― 오래전부터 격리·강박 문제의 부당성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아요.
“격리·강박은 강제입원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입니다. 강제입원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죠. 격리·강박 사망사고 날 때마다 기자회견을 했고요. 10년 전엔 정신장애인들이 격리·강박 당하는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유엔에 보낸 적도 있어요. 보건복지부 지침으로는 1회 최대 격리 12시간, 강박 4시간 이하로 해야 하는 건데, 사실 격리·강박 자체를 법으로 아예 금지해야 해요. 어떤 식으로든 허용하니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거고요. 유엔에서도 다 금지하고 있어요. 이렇게 계속 격리·강박을 한다면,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이나 위헌소송을 해야 합니다.”
― 파도손은 어떤 일을 하나요?
“2013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중간에 와해됐다가 2017년에 재창립했어요. 정신장애인 당사자 회원이 400여명입니다. 당사자 중심의 입법활동과 함께,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를 교육하고 양성합니다. 또한 보건복지부 위탁을 받아 ‘절차조력 지원사업’을 하고요. ‘동료지원가’란 지역사회에 고립돼 있거나 서비스가 필요한 당사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고, ‘절차조력 지원사업’이란 병원에 있는 비자의 입원 환자의 의사 표현과 결정을 돕는 서비스입니다. 더불어 정신장애인 예술가를 발굴해서 전시회도 하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 특히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다양한 경험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2014년, 암흑이 찾아왔다
‘파도손’은 2014년 암흑과도 같은 비극적인 시련을 겪은 적이 있다. 그해 1월14일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 나선 뒤였다. 정신보건법 제24조를 겨냥한 ‘강제입원 폐지 헌법소원 청구’는 정신장애인들로서는 최초의 정치적 투쟁이었고, 처음으로 오프라인상에서 얼굴을 드러낸 활동이었다. 2013년 임의단체로 시작했던 파도손은 파도손문화예술협동조합의 형태로 ‘정신보건법 바로잡기 공동대책위’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정신장애인 인권운동의 궤도에 들어선 참이었다.
강제입원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헌법소원 청구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엄청난 반격을 감내해야 했다. 개개인이 악플과 인신공격에 노출돼야 했다. 이 과정에서 파도손의 초기 멤버 5명 중 1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1명은 연락이 두절됐으며, 이 대표를 포함한 3명은 모두 강제입원되는 일을 겪었다. 이 대표는 동료의 죽음과 개인적 불운이 중첩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응급입원 조처됐다. 한국의 인권운동에서 ‘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신장애인운동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정하 대표는 2016년 파도손을 부활시켰다. 그 해 5월29일 구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으로 전부개정됐고 이듬해인 2017년 5월30일 시행됐다. ‘보호자 2명의 동의, 전문의 1명의 판단’으로만 가능하던 강제입원 절차는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2명의 판단’으로 완화됐지만, 이 대표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다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4년 헌법소원 청구로 구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결과였다. 몸을 추슬러 동료들을 다시 모았다. 창립멤버들은 여전히 연락 두절 상태였다. 파도손 시즌2가 시작되었다.
지게차와 오토바이가 분주히 오가는 좁디좁은 인쇄 골목 한가운데 있는 4층짜리 빌딩의 3개 층을 점유한 파도손 사무실엔 10여명의 활동가가 북적거린다.
급성 환자 치료 잘 받고, 만성 환자는 지역으로
―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급성질환자가 정신병원에서 치료 잘 받고 나오도록 치료환경을 개혁해야 합니다. 만성환자가 병원에 오래 있을 필요 없어요. 만성환자는 병원에서 나와 지역에서 살아가도록 지역사회 내 일자리와 자립 환경을 마련해줘야 해요. 우리 사회는 중증정신장애인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이런 분들도 살아갈 수 있게 주거지원을 해준다거나 동료상담이나 외래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작동해야겠죠. 가장 부족한 건 인적 서비스입니다. 신체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도 받잖아요. 정신장애인들은 이런 부분이 너무 부족해요.”
― 파도손에선 회원들이 강제입원되는 일이 없도록 돕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게 바로 위기지원 서비스예요. 급성기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 상황이 되기 전 민원 같은 시그널이 생기죠. 지역사회 안에서 소란이 일어나거든요. 저희는 누가 위기가 왔다거나 잠도 못 자고 갑자기 평소에 하지 않던 연락을 하면 네트워크 안에서 대처를 합니다. 응급 상황에서 강제로 입원하지 않고 자의로 입원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응급 상황이라 하더라도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전문가가 투입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 체계가 지역사회에도 필요해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2026년부터 시행
― 정신장애인들은 어떻게 목소리를 내나요?
“지하철 승강장을 점거하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처럼은 못해요. 다들 멘탈이 약해서 자극적 환경에 노출되는 게 위험해요. 정부 당국과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려 하지요. 그래도 입법이 필요하다거나 할 때는 국회 앞에서 성명서도 읽고 1인 시위도 해요. 정신장애인은 장애인이면서 환자예요. 고정된 장애가 아니다 보니, 경증과 중증을 오가는 출렁임이 심하단 말이에요. 그런 점을 감안해 정신장애인의 특수성에 맞는 투쟁의 형식을 갖출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목소리를 낸 성과가 있었어요. 지난해 12월8일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됐어요. 절차 조력인 제도와 정신장애인 동료 지원가 양성 및 지원 조항, 동료 지원 쉼터 설치 및 지원 조항이 들어갔어요. 다만 2년간 유예돼 2026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정신병원 강제입원 고민하는 이들에게
― 가족을 정신병원에 보내야 하나 고민하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강제입원은 가족 모두에게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강제입원이 고민되는 상황이 생기면 먼저 지역사회 자원을 알아보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당사자를 도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거죠. 가령 정신건강복지센터, 응급위기센터, 당사자 단체가 지역 내에 있는지 알아보고 서비스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 가족 내에서 강제입원을 한 번 시키고 나면 그 후유증이 오래가거든요.“
― 본인은 화가로 활동하면서 또 화가를 양성하고 계십니다.
“사람들이 조현병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세요. 조현병을 진짜 모르면서 함부로 얘기해요. 제가 겪었던 조현병은 대단히 독특한 의식의 경험이었어요. 그 경험을 예술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환청은 굉장히 강렬해요. 조현증을 겪으면서 다양한 환청과 환각 경험을 했어요. 우리가 3차원 세계에 있다면, 그 경험은 4차원보다 더 광활합니다. 시공간도 해체됩니다. 고흐, 까미유 끌로델, 프리다 칼로 같은 이들도 정신질환 중환자들이었어요. 이 세계와 나와의 관계를 예술로 승화시키거든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강점을 가지고 활동할 기회가 필요해요. 문화예술 활동은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고요. 공공에서 그런 지원을 해준다면 당사자의 삶엔 새로운 기회가 될 겁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는 제발 그만“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인들이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 대해 말했다. “가족 2명의 사인 아래 이뤄지는 ‘보호자 동의 입원’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 시스템으로 비자의 입원을 책임져야지, 가족의 동의 아래 민간병원으로 보내면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 “내 가족과 이웃 중에 마음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라”며 격리·강박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고혈압 환자가 살인사건을 냈다고 질병을 범죄의 원인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며 조현병 환자의 범죄사건이 터질 때마다 강제입원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현상도 경계했다. 한국사회에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신장애인을 제발 그만 혐오하라”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차별이 심한 대상, 그래서 숨어 살아야 하는 존재가 정신장애인이라고 했다.
2008년 물에 빠졌으나 기적처럼 살아남았던 이정하 대표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준 그 정체불명의 ‘슈퍼맨’을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살 수 없고, 함부로 몹쓸 짓을 도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감금되고 묶이고, 세상에서 고립된 정신장애인들을 구출해 줄 수는 없다. 이 대표는 오늘도 묵묵히 제도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할 뿐이다.
후원 국민은행 003137-04-003844 사단법인 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
고경태 기자 [email protected]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48468.html
삼성전자노조, 2차 무기한 총파업 선언
수정 2024-07-10 11:50 등록 2024-07-10 09:44
10일로 총파업 사흘째를 맞이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추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총파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회사의 대화 의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삼노는 이날 오전 누리집을 통해 “1차 총파업 이후에도 사쪽의 대화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여 2차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사쪽은 대화를 하지 않고 부서장들을 앞장세워 파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법적인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써서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전삼노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전삼노는 생산 차질이 있다고 보고, 교섭력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무기한 파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는 “우리는 분명한 라인의 생산 차질을 확인했고, 회사는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파업이 길어질수록 사쪽은 피가 마를 것이며 결국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전삼노는 회사에 △전 조합원 노조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임금 3.5% 인상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로 내세웠지만, 파업 돌입 이후 공식적인 노사교섭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회사쪽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발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없도록 할 예정”이라며 “노조와의 대화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전삼노에 따르면 1차 총파업에는 조합원 6540명이 참가했고, 직군별로는 설비·제조·개발공정에서 5211명, 사업장별로는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화성·평택사업장에서 4477명이 참가했다. 지난 8일 조합원 4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파업 결의대회를 열었고, 지난 9일과 이날까지 조합원 대상 교육을 벌이고 있다.
김해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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